프란시스 베이컨이 좋다면 꼭 알아야 할 아티스트

Francis Bacon, Portrait of a Man Walking Down Steps, 1972. © The Estate of Francis Bacon. All rights reserved, DACS/Artimage. Photo by Prudence Cuming Associates Ltd. Courtesy of National Portrait Gallery.

 

 

프란시스 베이컨이 좋다면 꼭 알아야 할 아티스트

인물을 그리되, 그대로 그리지 않습니다. 고통과 정체성, 욕망과 불안을 포착하려는 작가들은 오히려 인물을 뒤틀고 왜곡하며 ‘그 너머’를 말하려 합니다. 프란시스 베이컨이 20세기 회화에 던진 질문은 지금도 유효합니다. 최근의 회화 트렌드 속에서 베이컨의 그림을 떠올리게 만드는 현대 작가 다섯 명을 소개합니다.

 

George Rouy, Formless being, 2024. Photo by Damian Griffiths. © George Rouy. Courtesy of the artist, Hannah Barry Gallery, and Hauser & Wirth.

조지 루이 (George Rouy, b.1994, 영국. 런던에서 작업)

살갗이 흘러내릴 듯한 인물과, 고요하지만 불안한 배경. 조지 루이의 인물들은 늘 감정의 격류 속에 있습니다. 베이컨처럼 신체를 해체하지만, 그 안엔 묘한 부드러움이 흐르죠. 최근 하우저 & 워스 런던 개인전 《The Bleed, Part I》에서 ‘미노타우로스’, ‘트라우마 본드’ 등 인간 내면의 충돌을 시각화한 작품들을 선보였습니다.

 

테스파예 우르게사 (Tesfaye Urgessa, b.1983, 에티오피아. 독일에서 작업)

이국적이고도 일상적인 풍경 속에서 왜곡된 인물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들은 읽고, 기도하고, 생각하지만 자세는 어딘가 불편하죠. 우르게사의 인물은 베이컨의 유동적 육체보다 더 고정되고 뻣뻣하지만, 동일한 불안과 억압을 품고 있습니다. 에티오피아의 성화에서 가져온 요소들로 탈식민적 정체성과 몸의 기억을 함께 그립니다.

 

이반 플루쉬 (Ivan Plusch, b.1981, 러시아. 부다페스트에서 작업)

도시의 잔해, 흐릿한 인물, 낙진처럼 흘러내리는 색. 플루쉬의 그림은 기억과 현실, 존재와 소멸 사이의 틈을 보여줍니다. 그는 신체를 해체함으로써 베이컨처럼 감각의 혼란을 유발하지만, 더 먼 거리에서 개인적 기억과 사회적 불안을 추적합니다.

 

엠마 피네먼 (Emma Fineman, b.1991, 미국 캘리포니아. 런던에서 작업)

선과 덩어리, 질감과 형태가 충돌하며 만들어내는 감정의 풍경. 피네먼은 드로잉과 페인팅의 경계에 서서 인간 정체성의 파편화를 그립니다. 배경은 모호하고, 인물은 희미하며, 모든 요소가 불완전한 존재의 그림자처럼 떠오릅니다. 베이컨처럼 그녀도 통제할 수 없는 감정의 파열을 따라갑니다.

 

안드로 베쿠아 (Andro Wekua, b.1977, 조지아. 베를린과 취리히에서 작업)

설치, 콜라주, 실크스크린까지 넘나드는 혼성적 작업. 베쿠아는 인물을 공간 속에 ‘가두는’ 베이컨의 감각을 새로운 방식으로 구현합니다. 특히 설치 작품 <Never Sleep With a Strawberry in Your Mouth II>처럼, 그는 신체의 부재를 통해 존재의 불안정함을 드러냅니다. 참고기사

 

 

다섯 작가 모두가 증명하듯, ‘인물’은 지금도 회화의 핵심 질문입니다. 하지만 더 이상 완성된 얼굴이나 안정된 신체가 아니라, 불완전하고 흔들리는 존재로서의 인물을 보여줍니다. 지금 이 시대, 당신이 보는 얼굴은 온전한 것인가요? 혹은 우리가 마주하는 감정들은 형태를 갖추고 있긴 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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