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서 무너진 워홀, 자코메티… 누가 살아남았나?

Laura Owens, 'Untitled', 2006. BFA/Courtesy Sotheby’s

 

뉴욕에서 무너진 워홀, 자코메티… 누가 살아남았나?

2025년 봄, 뉴욕의 주요 경매 하우스인 크리스티, 소더비, 필립스가 연달아 개최한 이브닝 세일은 냉각된 미술 시장의 분위기를 여실히 보여주었습니다. 조심스러운 입찰, 잇따른 보증, 유찰된 최고가 작품들, 반대로 활기를 띤 중저가 시장과 디자인 분야, 여성 작가의 약진이 이번 시즌의 주요 흐름으로 떠올랐습니다. 장-미셸 바스키아, 클로드 모네, 마크 로스코, 마를렌 뒤마 등 익숙한 이름들이 다시 한번 경매장을 장식했지만, 그 결과는 과거와는 사뭇 달랐습니다. 이번 기사에서는 2025년 봄 뉴욕 경매 시즌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시장의 흐름을 진단합니다.

 

Christie's Global Head of Private Sales Adrien Meyer sells the top lot of the 20th century evening sale, Monet's "Peupliers au bord de lEpte, crepuscule" for $43 million. Courtesy Christie's

3대 경매사의 성적표: 조심스러운 낙찰, 빛난 중저가 시장

크리스티는 총 4억 8,900만 달러(약 6,765억 원, 수수료 포함)를 기록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성과를 냈습니다. 특히 리지오 컬렉션 경매에서는 2억 7,200만 달러(약 3,763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기대 이상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20세기 이브닝 세일에서는 워홀의 철회, 낮은 망치가 등 조심스러운 시장 분위기가 감지되었습니다. 21세기 세일에서는 여성 작가 마를렌 뒤마가 신기록을 세우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절제된 열기를 보였습니다.

 

소더비는 모던 아트 이브닝 세일과 컨템포러리 아트 3부작을 통해 약 3억 7,000만 달러(약 5,114억 원)를 기록했습니다. 자코메티 최고가 조각의 유찰은 큰 충격이었고, 피카소, 오키프, 마그리트 등의 안정적인 결과가 눈에 띄었습니다. 컨템포러리 아트 세일에서는 신진 작가와 디자인 분야의 상승세가 돋보였습니다.

 

필립스는 약 5,200만 달러(약 719억 원)의 비교적 조용한 시즌을 보냈습니다. 바스키아, 루샤, 저드 등의 작품이 낙찰됐지만, 여러 유찰과 철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성 작가 다수의 신기록이 나왔고, 일부 작품은 기대 이상의 가격을 끌어내며 가능성을 보여주었습니다.

 

Phillips's evening auction in New York

주요 낙찰 작품 요약

피트 몬드리안	Composition With Large Red Plane... (1922)	크리스티	4,760만 달러 (약 658억 원)
르네 마그리트	L’empire des lumières (1949)	크리스티	3,490만 달러 (약 483억 원)
클로드 모네	Peupliers au bord de l’Epte...	크리스티	4,290만 달러 (약 593억 원)
마크 로스코	No. 4 (Two Dominants)	크리스티	3,778만 달러 (약 522억 원)
장-미셸 바스키아	Baby Boom (1982)	크리스티	2,340만 달러 (약 323억 원)
마를렌 뒤마	Miss January (1997)	크리스티	1,360만 달러 (약 188억 원)
파블로 피카소	Homme assis (1969)	소더비	1,510만 달러 (약 209억 원)
조지아 오키프	Leaves of a Plant	소더비	1,300만 달러 (약 180억 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더블 페데스탈 램프	소더비	750만 달러 (약 104억 원, 신기록)
장-미셸 바스키아	Untitled (1981)	소더비	1,640만 달러 (약 227억 원)
로이 리히텐슈타인	Woman: Sunlight; Moonlight	소더비	490만 달러 (약 68억 원)
키키 코겔닉	Untitled	필립스	28만 달러 (약 3.9억 원, 신기록)
일라나 새비디	Untitled	필립스	18만 달러 (약 2.5억 원, 신기록)
올가 드 아마랄	Imagen perdida 27	필립스	120만 달러 (약 16.6억 원, 신기록)
그레이스 하티건	The Fourth (1959)	필립스	160만 달러 (약 22억 원, 신기록)

 

시장 분위기 진단: 최고가 피로감과 중저가 활황

이번 시즌은 '최고가 경매' 시대의 한계가 드러난 시점으로 평가됩니다. 자코메티, 워홀 등 굵직한 이름의 작품들이 유찰되거나 철회되면서 1,000만 달러(약 138억 원) 이상 고가 시장이 위축된 모습을 보였고, 블루칩 작가 중에서도 확실한 작품성과 출처를 지닌 작품들에만 입찰이 집중되었습니다. 대신, 500만 달러(약 69억 원) 미만의 중저가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띠었으며, 디자인 오브제의 시장 확장과 여성 작가들의 경매 신기록 등은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됩니다. 보증 시스템의 확대는 안전한 판매를 유도하는 동시에 경쟁의 역동성을 떨어뜨렸다는 평가도 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뉴욕 경매 시즌은 안정성과 신중함이 중심이 된 과도기적 국면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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