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콜린 스튜어트, 김노경 번역, 지웅배 감수, 미래의창, 2023

 

 

시간여행도 물리학도 나는 관심 없었다. 그저 이성적인 상태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것만이 중요한 요즘이었다. 지난 연말 가입한 미래북클럽에서는 생각지도 못한 책을 추천해주어 나에게 색다른 활력을 주었다. 그 책은 바로 <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나의 일에는 과학과 관련 있는 것은 사실 많지 않았고, 일상에서도 과학 관련 콘텐츠를 보는 건 장동선의 유튜브 정도였다. 일상에 바로 닿아있는 마케팅 또는 사업 관련 주제가 내가 읽는 책의 90%를 차지할 정도로 아주 현실적인 책만 읽어왔다. 아마도 작년 하반기였던 것 같은데, 다른 분야의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막연히 소설이나 에세이도 읽어보자 생각해 봤으나 늘 서점에서 손에 잡히는 것은 새롭지 못했다.

 

콜린 스튜어트가 쓴 이 책은 어렵지 않게 어려운 주제인 시간과 물리학을 설명했다. 설명 보다는 이야기했다고 하는 것이 맞겠다. 쉽게 읽히기에 완독 했지 과학 도서가 설명적이었다면 나는 끝까지 보진 못했을 것이다. 쉬운 것은 덤이고 나의 마음을 가장 두드린 것은 ‘신선한 시각’이었다. 예를 들면 내가 마주한 상대방의 모습은 사실은 현재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것도 같은 말이 되는 사실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사진: Unsplash 의 RODRIGO GONZALEZ

 

1. 지금의 ‘초 Second’는 원래 ‘두 번째 분’인 Second Minute였다.
2. 지진이 일어나면 하루의 시간이 짧아진다. (180만 분의 1초)
3. 하루는 계속 길어지고 있다. (100년마다 0.0017초. 4억 3천만 년 전에는 하루가 21시간이었다. 1년에 해가 420번 떴다.)
4. 1미터 떨어진 곳에 서있는 사람의 모습은 현재가 아니다. (30억 분의 1초)
5. 내 나이와 같은 광년 거리에 있는 행성은 내가 태어났을 때의 그의 모습이다.
6. 공간과 시간은 구부러질 수 있다.
7. 시간의 속도는 중력의 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8. 나의 발은 머리보다 항상 어리다. (50만 분의 1초)
9. 광속으로 우주를 10년간 여행하고 오면 지구는 7000년 이후다
10. 블랙홀의 가장자리(사건의 지평선)에 있으면 밖에서 볼 땐 시간이 흐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11. 블랙홀에 발을 디디면 사람이 스파게티 면처럼 길게 늘어진다.
12. 미래는 정해져 있고, 과거로 가도 과거의 잘못된 것을 없앨 수 없다. 

 

그냥 이 글만 봐서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왜 나에겐 다른 시각이라고 하는지 모를 수 있다. 그건 직접 읽어보길 바란다. 공감은 장담 못하겠지만…

 

내가 마음에 들었던 구절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사진: Unsplash 의 Shalaka Gamage

 

 

“빛은 우주를 가로질러 도착한 엽서와 같다.”

 

 

콜린은 빛은 항상 과거의 사건을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우리가 바라보고 있는 많은 것들은 사실 빛에 의해 반사되어 나의 눈에 들어온 것들이다. 그 안에는 빛이 이동하는 시간 동안의 역사가 담긴다. 1미터 앞의 너를 바라보는 나에겐 너의 30억 분의 1초 전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뿐이다. 그래서 현재의 너를 보기 위해서는 더욱 가까워져야 한다. 우리 서로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1억 4960만 km 거리에 있는 태양빛이 너에게 반사되어 나의 눈에 맺힌 것이다. 시속 100km로 171년간 달려와서 말이다. 새삼 과학이 낭만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전 보지 않던 과학책을 샀다. 과학 도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허허..

유시민이 쓴 <문과남자의 과학공부>. 그 보다 먼저 김상욱의 <떨림과 울림>을 읽어봐야겠다. 

우리는 지금 보고 있는 것이 현재라고 착각하고, 내 눈으로 본 것만을 믿겠다는 한심한 전제를 하며 살아간다. 어쩌면 우리는 현재라는 것도 모르고, 사실이라는 것도 모르고, 내 눈이 보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고 살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사진: Unsplash 의 Everton Vila

 

 

“내일은 이미 존재해야 하고 과거는 마법처럼 사라질 수 없다.”

 

사람들은 흔히 운명을 믿느냐는 질문을 한다. 콜린은 미래는 정해져 있다고 한다. 그럼 운명이 있는 것도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내일은 이미 올 것인 것이 확실하다. 과거도 이미 지나왔으니 없앨 수 없다는 것도 이해가 간다. 하지만 우리는 미래를 알 수는 없기에 희망을 갖고 살아간다. 때로는 더 우울하기도 하고 말이다. 이 부분을 읽다가 인생은 정해진 스틸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영화와도 같다고 생각했다. 이미 확정된 과거와 미래가 있는 것이니 말이다. 그래서 인생을 영화와 같다고 하는 것인가?!

긍정적으로 해석해보려 한다. 내일은 이미 존재해 있고, 오늘 내가 어떤 결심으로 내일부터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 그렇게 하자. 원래 그럴 운명이었다. 하하! 결심과 실행이 더 쉬워질 것이다. 내가 마음먹는 것이 따라 이리저리 바뀔 것이다. 무궁한 가능성을 기대하기보단 내가 손하나 까딱하면 그렇게 나의 내일은 바뀔 것이다. 노력하면서도 막연한 미래에 마음이 지친 날이 얼마나 많았나! 얼마나 쉬운가!! 명상, 목표의 이미지화, 자기 확언, 마인드 파워 등등의 기법이 이와 같은 논리로 설명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결론. 나는 이제 안 보던 것들도 찾아보며 살 것이다. 조금씩 다른 분야의 책으로 시선을 돌려야 할 시간이다. 그리고 이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위한 자기 계발이 아니다. 나 스스로 써나갈 미래를 위한 것이다. 넓게 다른 각도에서, 가깝고 때론 멀게 보며 내 인생을 더욱 즐길 것이다. 아, 이런 감사한 책을 만나다니! 미래의창 고맙다!!

 

👨‍💻 deliverle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