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다시 직장인이 되다

스타벅스 압구정로점

 
0) 2023년 3월 6일 나의 생활 패턴을 바꾸는 일이 벌어졌다. 2012년 퇴사 이후 11년 만의 일이다. 다시 직장인의 삶이 시작된 것이다. 오늘은 이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1) 나는 2012년에 직장 생활을 마무리하고 '지금이 바로 그때!'라며 창업을 준비했다. 창업 지원을 받으며 시작했고, 대형 유통사들과 모두 일했으며, 대부분의 온라인 플랫폼과도 일해왔다. 많은 해외 거래처와 함께 아티스트를 소개해왔다. 
 
2) 돌아보면 오래도 했다 싶기도 하다. 11년이라. 내 인생에 있어서 농축된 큰 일들이 벌어진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이후 지금은 인생의 새로운 주기에 들어섰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은 배움의 시기 > 사회 경험의 시기 > 생존 경쟁의 시기를 거쳐 지금에 온 것은 아닐까!
 
3) 배움의 시기에는 인풋을 강요받았고, 물론 자연스럽게 정말 많은 인풋이 있던 시간이었다. 사회 경험의 시기에는 인풋이 많은 것과 동시에 아웃풋에 대한 고민이 큰 시간이었고, 생존 경쟁의 시기에는 지금까지의 인풋을 모두 쏟아내는 시간이었다.
 
4) 사람은 아웃풋을 내려면 인풋의 시간은 배로, 몇 배로 더 필요하다. 나는 11년간 소진됨을 느꼈고, 깨달았을 땐 코로나가 세상을 점령한 상태였다. 좋은 기회였다. 집에서 삶을 재정비하며 단순하고 담백한 시간을 보내며 인풋의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5) 인풋을 켜켜이 쌓아가는 동안 부족함도 많이 느꼈고, 지난 시간의 일들에 아쉬움도 많이 느끼게 되었다. 하고 싶은 일들이 다시 샘솟으며 무언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느낌에 지배당했다.
 
6)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1. 새로운 비즈니스를 기획하여 투자를 받는다. 2. 이 사업에 관심 있을 분들과 동업하여 새롭게 창업한다. 3. 투자받은 회사에 합류해 신규 사업을 한다. 
 
7) 지금까지의 11년은 나를 위한 시간들이었다. 동업, 협력으로 확장할 기회는 거절했고, 내가 하고 싶은 일만 선택했고, 마음에 내키지 않는 일들은 하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그러나 지금 해보고 싶은 것들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기에 위 3가지 방법 밖에 없다고 결론지었다.
 
8) 위 세 가지 중 확실한 것은 하나도 없었다. 내가 기회를 만들어 내야만 했고, 결과도 나의 손에 달려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투자를 받는 것은 언제 성사될지 모르는 성혼을 꿈꾸는 것과도 같고, 동업은 내 돈도 들여 타인의 의견으로도 운영할 수 있어야 했다. 3번은 그나마 쉬운 옵션 아닌가. 물론 취업 준비를 쉽게 생각하는 것은 아니다. 소개팅에  몇 백 명이 왔는데, 내가 선택될 확률 같은 것이니. 
 
9) 3번이 제일 쉽겠다고 본능이 느꼈는지 2022년에는 관심 가는 취업 공고를 보니 움직여졌다. 그 회사의 투자 현황을 살피고, 새로운 사업을 기획하는 포지션에 지원해 보게 되었다. 쉽게 생각하니 될 리가 없다. 줄 낙방, 그간의 경력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내 이력이 매력적인지 객관적으로 보기 시작했던 계기가 됐다. 나의 태도에 대한 부분도 냉정하게 생각해 봤다.
 
10) 그런 겨울을 보내던 2022년, 기존 거래처 담당자분이 오랜만에 연락을 해왔다. 한번 보자는 얘기였는데, 왜 만나는지, 무슨 얘기가 하고 싶은지 잘 모르겠는 상황이었다. 원래 사적인 자리를 가진 적이 없는 분이라 더 그랬던 것 같다. 
 
11) 뜻밖에도 함께 일하자는 제의를 받게 된 자리였다. 만남의 시간 동안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일, 회사, 인생, 건강 등등. 위에 얘기한 과정을 역순으로 채용 의사를 먼저 받고, 포지션에 대해 묻고, 회사의 투자 상황에 대해 찾아봤던 것 같다. 역시나 많은 일들은 예상대로 진행되지 않는구나. 
 
12) 기대치 않게 이런 일이 일어났고, 동업 제의를 하셨던 분께 이 이야기를 드렸다. 그분도 '나는 탐날 수 있는 사람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런 사람이 되리라 생각하고 일해온 것도 아니고, 다시 회사에 간다는 생각도, 11년간 개인 사업을 하며 먹고살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해보지 않았지만 지나고 보니 모두 일어난 일들이다. 인생은 원래 그랬나 보다. 예상대로, 계획대로 되지만은 않는다. 
 
이제 출근해야 해서 이만 줄여야겠다. 이 시리즈는 계속 연재해 볼 생각이니 관심 가시는 분들은 읽어주시면 좋겠다는 바램과 함께 :)